2024/10 9

38°C

https://youtu.be/NkDmqUv8FeE?si=-7zpvuP6IJwSI9pf   "아키라 샤워했어?""응? 응. 물 떨어져? 머리 아까 다 말렸는데." 아니이- 좋은 냄새나. 어깨를 덮은 머리카락으로 손장난을 치다가 푹- 코를 박으면 그 콧김이 괜히 목께를 간지럽혀 잠시 어깨를 떨었다. 4인 가족이 쓰기 딱 좋은 사이즈의 코타츠였지만 덩치 좋은 장정 둘이 들어가 누워있으니 조금 비좁기까지 했다. 붕어빵은 금세 해치워버리고 선물 들어온 귤이 있다며 몇 알을 또 까먹고.. 4년 전 즈음에 흥행했던 영화가 티비에서 흘러나오면 그 소리는 그저 배경음으로 삼고서 두런두런 얘기나 주고받았다. 부모님은 잘 도착하셨대? 응- 거긴 지금 낮일걸? 우리도 내년엔 해외여행 갈까? 신임교사는 바쁘잖아-방학에 가면 ..

카테고리 없음 2024.10.24

꽃잠

본디 성격이 급한 편이긴 했다. 꿀 같은 쉬는 시간이 다 끝나기도 전에 활 쏘는 연습이 하고 싶다며 뛰쳐나가 동기들의 원성을 사기도 하고, 움직이지 말라던 의원나리의 말을 무시한 덕에 꿰맨 자국이 또 터져 애먼 살까지 바늘에 찔릴뻔한 적도 있었다. '그리 성격이 급해서야 자네는 혼례 전에 애부터 생기겠네!' 저들 딴엔 농이랍시고 가벼이 던지던 동기들의 말을 한 귀로 듣고 흘리던 게 딱.. 달포 정도 되었나. 혼례라는 단어는 여즉 저에게 연관 없다고 생각했기에 남은 활이나 쏘러 갔더랬지. 그리고 사람 일은 어찌될지 모른다는 걸.. 비소로 오늘 몸으로 체험했다. 무슨 정신으로 하루 보냈는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고.. 새신랑이랍시고 여기저기 불려 가는 게 맞나. 그러보니까 어릴 적 살던..

카테고리 없음 2024.10.22

플러스 마이너스

https://youtu.be/c-J6aCh3QOs?si=r1xa33DnD8MxhD1R   엄밀히 따지고 보면 키타가와 아키라는 꽤 운이 좋은 편이다. 우산을 들고 오지 않은 날에 학교에서 내심 걱정을 해도 집에 갈 즈음이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하늘이 맑게 개었고, 깜빡 잊은 문학 숙제를 어떤 빌미로 미뤄 제출할지 고민하고 있으면 시간표가 급히 바뀌기도 하고, 여름이면 사흘에 한 번씩 가리가리군의 '한 개 더!' 막대가 나오는 건 이젠 놀랍지도 않은 일상이었다. 꼭 세상의 주인공이 된 것 같기도 한 게 어깨가 절로 으쓱였지만 이젠 열아홉이나 먹었으니 어디 가서 사사건건 자랑하지도 않았다. 더군다나 저에겐 너무나도 당연한 일들이었기에 새롭게 놀라울 일은 거의 없었다. 어지간한 행운 넘치는 일은 근 10년 ..

카테고리 없음 2024.10.11

https://www.youtube.com/watch?v=3tatt4NZwLA 손 끝이 차츰 시리기 시작하는 계절. 언제나처럼 네 손을 잡아봤지만 손가락 끝엔 애매한 열감만 남아있었다.검지로 네 손바닥을 살살 간질이면 한참을 손장난을 치다가 손가락을 하나하나 옭아매 깍지를 끼던. 별 의미 없지만 사소한 게 다 즐겁고 좋았던 계절은 한참 전에 지나쳐왔다. 손이 잡고 싶을 때면 무의식 중에 했던 버릇이, 손을 잡고 있으면 놓기 싫다던 욕심이 차츰 식어간다. 날이 추워지면 그냥 잡아야 할 것 같아서, 아무래도 지금은 잡는 편이 분위기상 맞는 것 같아서.. 구차한 이유가 붙을때마다 손 끝이 차게 식는 기분이었다. 이렇게라도 잡지 않으면 더 이상 우리 사이에 연결될 그 무엇도 남지 않는다는 걸 인정하기 싫었던 걸..

스터디 2024.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