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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장군 2024. 10. 24. 03:26

https://youtu.be/NkDmqUv8FeE?si=-7zpvuP6IJwSI9pf

 
 
 
"아키라 샤워했어?"
"응? 응. 물 떨어져? 머리 아까 다 말렸는데."
 
아니이- 좋은 냄새나. 어깨를 덮은 머리카락으로 손장난을 치다가 푹- 코를 박으면 그 콧김이 괜히 목께를 간지럽혀 잠시 어깨를 떨었다. 4인 가족이 쓰기 딱 좋은 사이즈의 코타츠였지만 덩치 좋은 장정 둘이 들어가 누워있으니 조금 비좁기까지 했다. 붕어빵은 금세 해치워버리고 선물 들어온 귤이 있다며 몇 알을 또 까먹고.. 4년 전 즈음에 흥행했던 영화가 티비에서 흘러나오면 그 소리는 그저 배경음으로 삼고서 두런두런 얘기나 주고받았다.
 
부모님은 잘 도착하셨대? 응- 거긴 지금 낮일걸? 
우리도 내년엔 해외여행 갈까? 신임교사는 바쁘잖아-
방학에 가면 되지! 선생님들은 방학에도 학교 나간다던데? 
 
한동안 해외여행은 어렵지 않겠냐는 얘기에 아쉬운 소리가 들렸지만 당장은 이렇게 코타츠에 좁게 누워 얘기를 나누기만 해도 즐거웠기에 되레 심드렁한 얼굴로 귤이나 마저 네 입에 넣어주었다. 제 입에도 귤을 쏙 넣는 와중에 눈이 딱 마주치면 그저 말없이 꿈뻑꿈뻑 서로 쳐다보기나 했다. 네가 실실 입꼬리를 올리며 볼께를 검지로 톡톡 두들기면 무의식 중에 따라 제 볼을 더듬었고 동시에 '아.' 하는 소리를 내었다. 좀 아까 괜히 혼자 넘겨짚은 게 생각 나 눈을 얇게 뜨며 흘겨봤다.
 
"왜, 또. 안 묻었거든 이번엔?"
"아니 아니, 그거 말고-"
"그럼 뭐.."
 
모르겠다는 듯이 쳐다보니 그제서야 잔망스레 입술을 모아 쭉 내미는 얼굴에는 여전히 미소가 잔뜩 걸려있었고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허- 하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사람이 이렇게 뻔뻔할 수가 있나.. 물론 그 모습이 보기 싫다는 건 아니었지만.
 
"뽀뽀받고 싶으면 먼저 할 줄도 알아야지."
"그럴까?"
 
말이 끝나기 무섭게 어깨가 바짝 닿을 정도로 다가오더니 뺨에 쪽쪽 입 맞추는 감촉이 간지러워 바람 빠지는 소리나 내었다. 속도 없지 진짜. 애초에 이를 악 물고 안 해줄 심산도 아니었기에 약간 기대하는 눈빛을 보내는 널 쳐다보다가 입술에 가벼이 입을 맞췄다. 기분 좋으니까 몇 번 더 해주지 뭐. 쪽쪽- 가벼운 소리가 조금 길어지는가 싶더니 마지막엔 가만 꾸욱- 누르고 있다가 천천히 고개를 물렸다. '코타츠 온도가 좀 높나.. 줄일까..' 괜히 민망함에 볼을 긁적이고 있으면 어느새 흘러내린 제 머리카락을 넘기고 있는 네 손이 슬쩍 제 귓가를 간질인다.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리고 있는 네 반복적이고 별 의미 없는 손끝을 보고 있으면 곧 돌아올 네 말이 왠지 예상되었다.
 
"키스해도 돼?"
".. 꼭 물어보더라?"
 
냉큼 '그래.' 라고 말 하는 게 조금 민망해 괜히 툴툴거리는 소리를 덧붙였지만 솔직히 이 분위기에 뽀뽀만으로 끝냈으면 널 조금 원망했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제 속을 아는지, 아니면 알고도 모른 척하는 건지 그저 이쁘게 웃으며 코 끝 먼저 부벼오는 널 보고 있으면 꼭 키스 생각이 아니더라도 가슴 안쪽이 간질간질했기에 어쩌면 네 앞에서 온도는 그리 중요하지 않은 걸 지도 모르겠다. 키스 전에는 꼭 뺨부터 입 맞춰주는 네 버릇이 오늘따라 벅차게 느껴져서 괜히 제 숨소리가 크게 들리는 건 아닌가 신경 쓰였다. 엎드려서 하는 건.. 처음이긴 한데.. 입가까지 따뜻한 감촉이 느껴지면 자연스레 눈을 감았다. 숨을 한 번 의식하니 숨 쉬는 방법까지 까먹을 것 같아 아예 호흡을 멈췄고 10분 같은 10초를 버티지 못하고 숨을 몰아쉬며 눈을 뜨면 곧 닿을 듯 가까이 와놓곤 우뚝 멈춰 저를 쳐다 보고 있는 네가 보였다. 촌스럽게 숨이 어쩌고, 콧김이 어쩌고 머릿속으로 요령 피울 생각을 하는 동안 네 다른 버릇을 잠시 잊고 있었다. 눈치 없이 눈이나 감고 숨 참고 있는 제 모습을 보면서 무슨 생각이나 했을까.. 괜히 민망해져서 애꿎은 네 셔츠 목깃을 쥐어 가까이 끌었다.
 
"..'해도 돼?'가 아니라 '해 줘.'인 쪽이 맞지 않아, 역시?"
"크게 의미 없는 말인 거 아키라도 알잖아."
 
여우 같은 자식.. 순진하게 웃는 얼굴로 말하니 더 얄미워져서 네 어깨를 툭- 밀어 눕혀 그대로 내려다봤다. '내가 네 입에서 나오는 '해 줘.' 소리 듣고 만다.' 서로 즐기는 판에 이겨먹는 게 정말 무슨 의미겠냐마는. 제 머리카락을 어깨 뒤로 손수 넘겨주며 보채는듯한 네 신호에 꼭 누군갈 따라 하듯 네 뺨에서부터 천천히 입을 맞춰본다. 알아챘는지 희미하게 웃는 소리가 들리면 잠시 따라 웃다가 입술로 지그시 눌러 막았다. 시작 전부터 숨이 모자랄 걱정은 몇 번을 해도 참 의미 없는 일이었다. 머리카락에서 목, 목부터 어깨. 그다음은 등허리까지. 딱 거기까지 네 손이 천천히 내려오는 걸 기억했다. 조금 뒤에 희미하게 눈을 떴을 때 어느새 등이 닿아있는 건 제 쪽이었고 직전의 네 말이 기가 막히게 머릿속을 스쳐가니 이젠 얄밉다기보단 요망하다는 감상이었다. 물론 자존심이 용납한다는 얘기와는 별개였기에 등에 얹고 있던 손을 내려 네 옆구리를 쿡 꼬집어 소심히 복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