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2 5

틀린 그림 찾기

같은 재료, 같은 레시피더라도 누가 만드냐에 따라 확연히 달라지는 게 음식 맛이었다. 소위 말하는 곰손도 쉽게 만들 수 있는 간편 조리법이야 유튜브나 블로그를 검색하면 어렵지 않게 건져낼 수 있었지만 누군가 만들어주었던 음식 맛을 그리면서 찾아내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더군다나 칼 잡는 걸 업으로 삼지 않은 사람이라면 이미 말은 다 했을 것이다. 종종 과일과 야채를 박스로 보내주시던 외가댁에서 이번에도 뭔갈 보냈다는 연락에 그저 평소처럼 한 두 박스 정도를 예상했던 어느 날. 하필 지방 훈련에 와있던 참이라 며칠 집 앞에 쌓여있을게 눈에 훤했지만 날이 덥지 않으니 상하진 않았을 거라는 안일한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러면서도 집에 올라올 남은 4일을 내내 뭐 마려운 강아지처럼 지냈지만. 그리고 바..

애물단지

"오일장 들어서는 날이던가? 오늘따라 사람이 많은데..""못 들었는가? 웬 장물아비가 왔다던데?""장물아비? 뭐.. 얼굴로 벌어먹는 양반인가. 아낙네들만 문전성시구만.""뭐라더라.. 서방에서 들여온 물건이라던데. 특이한 장신구라도 있는가 비-""흐음...~""왜? 안사람 사다 주려고? 같이 골라주랴?""응? 아, 됐네- 그 이.. 크흠, 부인은 저런 데에 영 관심이 없으이. 영 소탈해.""글쎄 반짝거리는 걸 싫어하는 여인네들은 없대도~ 가세 가세. 나중에 나한테 따악~ 감사할 일이 생길 것이야." 언젠가 신기한 물건들을 잔뜩 이고서 나타나 시장 한 귀퉁이에 자리를 잡았던 장물아비란 작자는 한동안 마을에서 알음알음 화젯거리였더랬다. 서방에서 들여왔다는 물건들은 정말이지 죄다 처음 보는 생김새였고 그 모양도..

카테고리 없음 2024.12.13

s-24

"설마 이 날씨에 치마를 입고 나가려고?""이거 기모야." 옷장을 헤집다 못해 뒤집어엎었는지 침대도 모자라 바닥까지 빼곡하게 옷이 쌓여있는 광경은 참 개판이었다. 그 돼지우리에 발을 디뎠다간 복장이 터질라 문지방에 아슬아슬하게 서서 귤이나 마저 까 입에 넣었다. "누구 만나는데? 누구더라 네 단짝인가 만난다고...""...""...야, 너 아니라매.""아, 아니라고!!" 염병하네. 어쩐지 아침 댓바람부터 정신없게 나돌아 다니나 싶더라니만. 어쭈 향수까지 뿌렸네 이거? "사귀는 거 아니라고 길길이 날뛸 때는 언제고..""아직 사귀는거 아니야!""아직~? 아지익?""아, 꺼져. 가, 가!!" 친구의 연애사정에 사사건건 간섭할 마음은 없지만... 그냥 저 반응이 웃긴데 어떻게 참으라고. 준비를 다 끝냈는지 쿵..

스터디 2024.12.10

D-22

"순오 씨 여기 오기 전에 알바 했었댔나?""아, 네! 라이더 했었어요! 마켓x리랑 쿠x이츠요.""어쩐지 배우는 게 빠르더라. 포장은 하다 보면 느니까 너무 신경 쓰지 마요. 일단 우린 스피드가 생명이니까.""네! 열심히 배울게요!""뭘 또 기합까지~ 우리야 한 철 장사니까 부담은 없지만.. 다들 기대하는 게 크니까." 초록색, 빨간색, 흰색 형형색색의 포장지. 리본과 레이스, 반짝이 풀과 씰링 왁스.컨베이어를 타고 내려오는 크고 작은 박스를 집어 올리는 사람들이 주욱 늘어서있고 저마다 아기자기하고 귀엽게 포장을 하는 모양새와 다르게 얼굴에는 묘하게 지침과 사무적인 표정만 들어차있다. 성수기가 다가오는 요즘 야근은 일상이었기에...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사람들의 유니폼 여기저기에 붙어있는 와펜들 덕에 마..

스터디 2024.1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