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 이 날씨에 치마를 입고 나가려고?"
"이거 기모야."
옷장을 헤집다 못해 뒤집어엎었는지 침대도 모자라 바닥까지 빼곡하게 옷이 쌓여있는 광경은 참 개판이었다. 그 돼지우리에 발을 디뎠다간 복장이 터질라 문지방에 아슬아슬하게 서서 귤이나 마저 까 입에 넣었다.
"누구 만나는데? 누구더라 네 단짝인가 만난다고..."
"..."
"...야, 너 아니라매."
"아, 아니라고!!"
염병하네. 어쩐지 아침 댓바람부터 정신없게 나돌아 다니나 싶더라니만. 어쭈 향수까지 뿌렸네 이거?
"사귀는 거 아니라고 길길이 날뛸 때는 언제고.."
"아직 사귀는거 아니야!"
"아직~? 아지익?"
"아, 꺼져. 가, 가!!"
친구의 연애사정에 사사건건 간섭할 마음은 없지만... 그냥 저 반응이 웃긴데 어떻게 참으라고. 준비를 다 끝냈는지 쿵쿵 발소리를 내며 지나치는 모양새를 보며 이죽- 웃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늦어? 방은 와서 치울 거지? 돼지가 친구 하자고 하겠어 그냥."
"묻지 마- 어련히 치울 거야. 늦을 거야!"
"안 들어와도 되는데~"
깔깔거리는 와중에 결국 등짝을 한 대 맞고서야 조용해진 집안으로 돌아왔다.
진짜 안 들어오기만 해 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