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오 씨 여기 오기 전에 알바 했었댔나?"
"아, 네! 라이더 했었어요! 마켓x리랑 쿠x이츠요."
"어쩐지 배우는 게 빠르더라. 포장은 하다 보면 느니까 너무 신경 쓰지 마요. 일단 우린 스피드가 생명이니까."
"네! 열심히 배울게요!"
"뭘 또 기합까지~ 우리야 한 철 장사니까 부담은 없지만.. 다들 기대하는 게 크니까."
초록색, 빨간색, 흰색 형형색색의 포장지. 리본과 레이스, 반짝이 풀과 씰링 왁스.
컨베이어를 타고 내려오는 크고 작은 박스를 집어 올리는 사람들이 주욱 늘어서있고 저마다 아기자기하고 귀엽게 포장을 하는 모양새와 다르게 얼굴에는 묘하게 지침과 사무적인 표정만 들어차있다. 성수기가 다가오는 요즘 야근은 일상이었기에...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사람들의 유니폼 여기저기에 붙어있는 와펜들 덕에 마냥 험악하지는 않았다.
"그러면 배달은 언제부터 하나요?"
"구역마다 물류센터가 있는데 그쪽으로 물량을 넘겨줘야 그다음에 개별 배달에 들어갈 거예요."
"신기해요! 혹시 선배님도 배달 가시나요?"
"작년까지는 상황실에서 오더 내리는 쪽이었지만.. 올해는 순오 씨 들어왔으니까 현장 한 번 데려가줘야 하지 않겠어요?"
"헐.. 저 벌써 현장 갈 거라고는 생각 못했어요.. 이브가 빨리 왔으면 좋겠어요.."
"하하! 남들이 들으면 기겁할 소리를? 내년에도 그 소리 나오는지 한 번 봅시다 우리!"
크리스마스이브. 온 세상에 축복과 사랑이 가득해지는 날. 그리고 가장 많은 선물이 오가는 날. 세상은 참 빠르고 바쁘게 흘러간다. 로켓같은 배송을 원하는 이 세상에서 지각은 절대 용서할 수 없으므로. 빠르면 크리스마스 이브 저녁, 늦어도 크리스마스 밤까지 은밀하고도 완벽하게 행복을 전해야 한다.
[라이더가 안전히 배송 중입니다! D-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