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터디

s-17

감자장군 2024. 11. 8. 00:01

그는 짜증스럽게 말했다.

이런 사소한 일로 더 이상 감정소모 하기 싫다고.

 

짜증을 담아 물컵을 테이블에 내려놓았을 때부터 주변엔 눈에 띄게 정적이 감돌았고

끝내는 네가 자리를 박차고 나가자마자 수근대는 소리까지 들려왔다.

드라마에서나 보던 장면이라는 이야기가 귓가로 흘러 들어오면 조금 억울하기까지 했다.

그 면상에 생수라도 끼얹었으면 이렇게까지 열불이 나진 않았을 텐데.

까맣게 타다 못해 잿더미가 된 속에 냉수를 들이부었다.

 

오냐오냐 대해줬더니 결국에는 이렇게 나오는구나.

이래서 연하는 안돼.

주변에서 뜯어말리던걸 귀 막으면서 '우리 애는 다르다'고 말했던 게 후회됐다.

욕 처먹겠네, 이거.

한숨이나 푹 쉬며 등받이에 몸을 묻었다.

 

아침부터 꿀꿀하게 하늘이 흐리더니만 곧 창문에는 물자국이 길에 늘어졌고

토해내듯 쏟아지는 물방울들이 땅을 때리는 모습만 멍하니 쳐다봤다.

우산이 있는 것도 아니고, 차를 가져온 것도 아니고.

매서울 정도로 갑자기 들이치는 비가 꼭 급작스레 땅을 곤두박질친 제 기분 같아서

마냥 싫지는 않았다.

오히려 기가 막히게 좋은 날씨였다면 속이 비틀어져 쌍욕이 나왔을 테니까.

 

우산 챙겨 왔냐는 말, 데리러 와달라는 말들이 주변을 잠시 소란스럽게 만들었고

몇몇은 좁은 우산 밑에서 어깨를 딱 붙이고서 걸어가는가 하면

또 어떤 이들은 그저 손만 잡고 내달리기 시작했다.

 

그러는 와중에 나는 왜 네가 우산을 챙기긴 했을까 하는 쓸데없는 걱정이 드는지.

그리고 너희 집에 두고 온 초록색 우산이 지금 생각나는지.

.. 아끼던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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