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제 집 드나들듯 벌컥벌컥 열어재꼈던 보건실 문이 오늘따라 유독 무겁게 느껴졌다. 어지간히 얼굴에 철판을 깐 사람이 아니라면 거짓말이라는 건 마음먹은 순간부터 긴장되는 일이 아니던가. 마냥 천사 같은 선생님을 속여야 한다는 양심의 가책, 그렇지만 내 최애의 출근길은 직접 보고 싶은 간절함. 두 감정 사이에서 옥신각신 고민하면서 꾹- 눈을 감고 손잡이를 돌렸다. 이번 활동이 끝나면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1년 반이라는 시간동안 내 곁을 떠나야만 하는 최애의 남은 순간들을 최대한 눈에 담고 싶은 건 당연한 일이 아닐까? 실물은 딱 한 번만 보기만 하면 만족하고 끝일줄 알았던 먼 옛날의 헛소리는 이미 집어던진 지 오래다. 실제로 보면 더 잘생겼는데 화면으로 만족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스케줄 하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