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이야, 나 영국 가.]
[.. 사실 내일 출발이야.]
아침과 점심 그 애매한 사이, 간만에 느지막이 자고 일어났을 때 카톡 알림이 울렸다.
지금 한국은 8시쯤 됐으려나-
그런 가벼운 생각을 하다가 저가 제대로 글을 읽은 게 맞는지 한참 눈을 비비고 안경을 고쳐 썼다.
'성우, 너는 왜 그런 말을 왜 이럴 때에..'
설레발치지 않는 성격임을 진작 알고 있었지만..
이건 좀 너무한 거 아냐?
물론 네 마음을 완전히 이해 못 하는 것도 아니었다.
워낙 남 먼저 위하니까..
혹시라도 연일 제쳐두고 올까 봐. 너의 배려였을 테지.
.. 그래도 내가 영국에 있는데.
놀라움 다음은 아주 잠깐의 원망,
그다음은 괜히 간질거려 툭 튀어나오는 타박.
아마도 내일..
오후 즈음이면 도착하려나.
시험은 4시쯤 끝나니까.. 공항까지 가면 시간이..
마침 내일 시험이 끝나서 다행인가.
테이블에 앉아 제 시간표와 시차를 한 번 더 확인했다.
괜히 무리하게 일정을 미루지 말라고,
바삐 움직이면서까지 보러 오지 말라고.
아마도 넌 그래서 늦게 소식을 전했겠지만...
.. 내가 누구 얘기 잘 듣는 거 본 적 있어, 성우?
워낙 부담 주길 싫어하는 성격이니 네 말대로 다음을 기약하는 게 좋을까 싶었지만 어쩐지 미루기 싫었다.
볼 수 있을 때 보고 싶어.
그래, 맞아.
사실 연일 제쳐두고 달려가고 싶은 마음인걸.
네 연락 이후로 어떻게 하루를 마무리하고 보냈는지 가물해졌다.
정신없이, 쏜살같이 지나가면서도...
네가 몇 시쯤 도착할까, 흘끔흘끔 시계를 쳐다보며 자꾸만 시간을 재보길 열두 번쯤이었을까...
우선은 시험 먼저 제대로 치고.. 겨우 마음을 다 잡았던 것 같다.
중학교 때, 수학여행 전날에도 이렇게까지 두근거리지는 않았는데 말야..
동창회 이후로 다시 모두와 연락을 하고 있다지만
실제로 보고 싶다는 마음도 참 깊어졌으니..
저에겐 버선발로 달려 나가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역시 워홀일까? 아님 그냥 여행?
묻고 싶은 얘기가 잔뜩이었지만 지금 넌 비행기일 테니까.
못다 한 질문은 만나서 하는 게 좋겠어 역시.
앙큼하게 전 날에 얘기 꺼내는 게 어딨 냐는 잔소리도 같이.
시험이 끝났으니 목 축이러 가지 않겠냐는 권유들을 듣는 둥 마는 둥 하며 가방과 목도리만 챙겨 홀로 바삐 나왔다.
교정은 한적했고, 학교의 자랑이라는 호숫가에는 저의 타박이는 신발굽소리만 빠르게 굴렀다.
홀가분함과 기대감, 벌써 차오르는 반가움.
그 복합적인 감정을 안고서 달려간다.
있지, 난 여기서 잘 지냈어.
중간이 쭉 찢겨졌던 노트에는 다시금 글이 써내려 지고 있어.
그간의 너는 잘 지냈어?
역시 나는 네가, 너희가 참 보고 싶었나 봐.
아직 먹통일 네 핸드폰으로 짧은 문장만 미리 보내두었다.
만나면 할 얘기가 참 많아.
우선은 잔소리부터-
[내가 먼저 공항에 도착할 것 같아.]
[택시 탔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