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니, 좀 내려와줘."
엎어진 제 등 위에 올라 타 평화롭게 식빵이나 굽는 고양이를 툭툭 건드렸다.
3년 전 마냥 가볍지 않아- 등이 뻐근해질 것 같지만 모질게 내치지는 못했다.
여즉 내려올 생각이 없는지 골골 거리기까지 하면 베개에 푹- 고개만 기댈뿐이었다.
이러고 있으니까 조금 심란한 사람 같잖아.
물론 아예 틀린 말도 아니었지만..
어떤 말을 했을 때 아차- 싶었다던가, 뱉은 말을 후회했던 적은 없었다.
적어도 그제까지는 그랬다.
넌 언제나 이니를 이뻐했으니까,
곤란할 법한 제 부탁에 같이 고민해주고 선뜻 이름까지 지어줬으니까.
이니가 제 가족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너에게 가장 먼저 전했었고
어쩌다보니 가끔- 사실 어쩌면 자주 서로의 집에 있을 작은 가족들의 안부를 묻곤 했으니까.
아주 간만에 공부 얘기가 아닌 딴 이야기로 샌 탓일까..
너무나도 당연했던 안부인사에 저가 생각한 답이 아니라서.
그것보다도 네 대답 전 찰나의 공백이 어쩐지 불안했다.
'이 대답이 아닌데.. 이 표정이 아닌데...'
거기서 저가 뭐라 부정할 수 있었겠어.
그 이후에는 그냥.. 평소같이 얘기하려 애썼다.
동요하면 안될 것 같아서.
"......"
한숨 섞인 콧바람을 뱉으며 베개에 얼굴을 묻었다.
명확하지 않으니 함부로 얘기를 꺼낼수도 없고, 함부로 사과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명확하지 않으니까.
그 말에 기대 무언갈 부정하고 싶었다.
저가 생각하는게 아니길, 차라리 틀렸다고 빨간줄을 그어줬으면 했다.
... 차라리 말실수였다면 사과했을텐데.
다시 평화롭게 이니 사진을 보여주면서 얘기할 수 있을까..
혹시라도 기만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을까.
답지않게 극단적인 상황까지 상상하며 애꿎은 베개 모서리만 꽈아아악 쥐어뜯었다.
금이진 입. 입. 너 19살이잖아.
제 잘못은 아니다.
아마도.. 뒷걸음치다가 뭔가 밟아버린 격이었으니까.
그게 제 마음을 더 답답하게 만들었다.
...왜 하필 성우였을까.
딱히 누군가 대신 불행해줬으면 하는 바람은 아니었지만..
괜히 알 수 없는 대상을 향한 약간의 원망도 있었다.
책상 위에 있던 핸드폰에서 진동이 울린다.
제 말에도 내려올 생각 없어보였던 이니가 먼저 반응해 휙- 책상으로 뛰어올라가면
저도 느릿- 일어나 책상으로 향했다.
책상엔 올라가면 안돼, 이니-
제 품에 이니를 안고 다른 한 손으로 알림창을 확인하면..
저는 잠시 심호흡을 했다.
양반은 못되네 성우-
[아니. 이니랑 있었어.]
[....보러올래?]
할 수 있는 말이 뭐가 있을까.
어떤 표정을 지어야할까.
역시 아무것도 하지 않는게 맞을까.
저는 아무래도 말재주가 없으니...
....이니의 도움을 받는게 현명할까.
이니야, 좀 도와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