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터디

감자장군 2024. 10. 1. 04:58

https://www.youtube.com/watch?v=3tatt4NZwLA

 

손 끝이 차츰 시리기 시작하는 계절.

언제나처럼 네 손을 잡아봤지만 손가락 끝엔 애매한 열감만 남아있었다.

검지로 네 손바닥을 살살 간질이면 한참을 손장난을 치다가 손가락을 하나하나 옭아매 깍지를 끼던.

별 의미 없지만 사소한 게 다 즐겁고 좋았던 계절은 한참 전에 지나쳐왔다.

손이 잡고 싶을 때면 무의식 중에 했던 버릇이, 손을 잡고 있으면 놓기 싫다던 욕심이 차츰 식어간다.

날이 추워지면 그냥 잡아야 할 것 같아서, 아무래도 지금은 잡는 편이 분위기상 맞는 것 같아서..

구차한 이유가 붙을때마다 손 끝이 차게 식는 기분이었다.

이렇게라도 잡지 않으면 더 이상 우리 사이에 연결될 그 무엇도 남지 않는다는 걸 인정하기 싫었던 걸까.

네 손 끝의 잔열이 꺼질까 사라질까 꽉 쥐는 게 무색하게도 손가락 틈 사이로 새어나가는 온기는 붙잡을 방도가 없었다.

그리고 그 사실이 생각보다 덜 아쉽다는 권태감이 남은 불씨를 덮어버리면 형식적인 미련마저 주저하게 된다.

오래 눌린듯한 자국이 남은 손가락을 엄지로 살짝 쓸어도 뻣뻣이 굳은 손은 더 이상 제 손가락을 다정히 감싸지 않는다.

제 어리광 섞인 버릇은 갈피를 잡지 못하고 허공에 피어 입김과 함께 바스라져 사라진다.

다시는 뜨거워지지 않을 손 안으로 한기가 스쳐지나갔다.

돌아올 계절은 얼마 시릴지 가늠도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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