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여기
고되고 알찬 하루였다.
동네를 한 바퀴 돌고, 해안가를 걷고, 나름 충격적이었던 무화과 탕후루까지.
동창회라더니... 정말 여전히 특이한걸 시켜..
그래도 재밌었으니까.. 간만에 오래 이야기도 할 수 있었으니까..
4년 만에 오는 집이었다.
한국을 떠나기 전부터 이미 상전이었던 너는 나를 알아봐줄까..
교실 문을 열고 들어가던 순간만큼이나 긴장했던것도 같다.
뭐가 그리 할 말이 많은지 눈이 마주치자마자 다리에 머리를 부딪치고 비비는 모습에 괜한 걱정임을 알았지만 말야.
당연히 익숙해야할 제 집이지만 조금 낯선 기분.
오히려 저가 아주 간만에 오는 손님이 된 기분.
한참을 두런두런- 따뜻한 안부를 주고 받았다.
방으로 돌아와 풀썩- 침대 위로 쓰러지면 그제서야 피로가 몰려왔다.
발바닥이 웅웅- 비명지르고 홧홧하게 제 존재를 과시했다.
변한건 없었다.
너희는 여전했지만 23살 어른이 돼버렸고,
몰라볼뻔했지만 4년 전, 19살 그 여름에 그대로 머물러 있었다.
콧대를 누르는 안경을 벗고서 눈을 지그시 눌렀다.
.. 좋은 냄새..
저가 없는 시간에도 여전히 관리를 해주신건지-
여전히 베개에선 햇빛이 바싹 말라 굳은 냄새가 났다.
베개에 얼굴을 묻고 조용히 아우성을 칠 때,
제 관자놀이께에 닿는 이물감.
맞다, 이거..
부스럭 몸을 일으켜 흐릿하게 보이는 거울에 고개를 돌려 비춰봤다.
과감히 머리를 자른 이후로는 딱히 쓸 일이 없었는데.
네가 조금 험하게 잠을 자고 온 날.
그냥 꽂아주고 싶었다.
가뜩이나 남 눈치도 많이 보는데 머리까지 신경쓰면 수업은 어떻게 듣겠어.
딱히 돌려주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했는데.
하하 맞아 그러고나서 뭘 받았더라..
사과맛 사탕이랑.. 맞다. 칼슘 뼈가 쑥쑥 우유맛 사탕.
어떻게 들고 가냐고 너한테 괜히 투덜거렸던 것 같다.
사실 맛있게 먹었는데 말야.
조금 낡아서 빛바랜 머리핀을 괜히 만지작댔다.
그 이후로도 잘 하고 다녀서 보기 좋았지.
..시간이 벌써 그렇게 흘렀나.
하긴, 그땐 14살. 우린 지금 23살..
하하 징그러워-
마음에도 없는 소리나 하며 웃었다.
사실 여러모로 고마울 따름이었다.
잘 가지고 다녔던 것 같아서, 잘 지냈던 것 같아서.
똑같이 반겨줘서, 잊혀지지 않아서.
책상 맨 아래 서랍을 뒤적였다.
이쯤 있었던 것 같은데...
다섯 개에 한 세트였던, 지금은 네 개만 남은 머리핀 봉투를 찾았다.
커플굿즈라고 빙고판에 체크는 했는데 말야..
넌 정말로 이걸로 만족하는걸까.
더군다나 낡은걸 다시..
너도 참 특이해-
제 머리에 꽂혀 있던 머리핀을 빼서 종이봉투에 고이 담았다.
똑같은 디자인의 머리핀 한 개를 더 넣어서-
언젠가부터 제 가방 주머니에 자리 잡기 시작한 사과 사탕 하나는 서비스.
그리고 제 몫의 머리핀도 하나 책상 위에 올려두었다.
꼭 중학생때로 돌아간 기분이네.
어릴때보다 작아진 방을 휘익 둘러봤다.
침대도 책장도 책상도.
상장과 트로피도.
하하 꼭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된 것 같네.-
다시 왔다.
그리웠던 내 방.
그리웠던 너, 너희.
그리웠던-